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독서

2019년 8월 1일 (목) - 어떤 양형 이유

gentlecity 2019. 8. 1. 23:20

'어떤 양형 이유' 라는 책을 읽고 있다. 변호사 출신의 판사의 책이다. 변호사도 경력법관제도라는 것을 통해 판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. 변호사 출신이어서 성골도 아니고 그렇다고 성골이 못된 진골도 아니어서 법관조직 내에서의 이해관계가 깊지 않다고 자술하고 있다.

각 챕터마다 형사사건이 서술되고 피고인에게 양형한 이유가 챕터의 끝 부분에 나오는데, 이 부분이 압권이다. 매 챕터마다 울컥하고 감동하고 분노하지만, 그 감정마저 이를 다 담기에는 너무나 가벼운 감정들임이 부끄럽기 그지없다.

판결 하나에 한 사람의 인생이 송두리째 변하고, 그를 둘러싼 가족과 사회가 변한다. 그 변화가 어떤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만들어낼지는 알 수 없고 그 책임은 고스란히 판사가 짊어지게 된다. 그 누구도 직접 판사를 비난하거나 칭찬하지 않지만 적어도 판결을 내린 판사 자신은 그 모든 결과를 짊어진다. 내 판결로 피고인이 자살하는 경우가 생기면 판결을 복기하고 또 복기하고 어디 잘못된 것은 없는지 과연 이 판결이 맞는 것인지 계속 되내이게 된다는 부분에서 가슴이 미어짐을 느꼈다. 나 또한 어렸을 때 법관을 꿈꿔왔고 내 머릿속 아니 마음속, 아니 무의식속에 아직도 그에 대한 로망 같은게 남아있어서일지도 모르겠다.

작자는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는다. 그 모든 번뇌를 다 가슴에 담고 어떻게 사는 것일까. 나는 어떤 번뇌를 담고 사는 것인가.. 한 없이 부끄러워지는 하루다.